진료시간안내
- 평일 09:00 - 18:00
- 토요일 09:00 - 12:30
- 점심시간 12:30 - 14:00
일요일/공휴일 : 휴진
일요일/공휴일 : 휴진
062-972-7575
홈으로_ 커뮤니티_ 칼럼
조리흄 장기 노출 시 '폐섬유증' 위험…"완치 안돼 조기 발견이 관건"
조리흄(cooking fume)은 섭씨 230℃ 이상의 고온에서 튀김, 구이 등 기름을 이용해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입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로 그 위험성이 높으며, 장기간 노출 시 각종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요리사나 조리 직종 종사자처럼 직업적으로 조리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석재·목재 등의 분진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이 기침이나 호흡곤란 증상을 장기간 겪는다면 폐섬유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며, 폐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폐섬유증의 증상, 합병증과 함께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호흡기내과 전문의 이보라 교수(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와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폐에 구멍 생기고 딱딱해져…대부분 원인 알 수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의 일부가 흉터 조직처럼 굳어지는 질환이다. 폐는 원래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조직이지만, 염증이 반복되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그 자리가 섬유 조직으로 대체된다. 이에 따라 산소 교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숨이 차게 되며 많은 경우 호흡곤란이 진행된다.
폐섬유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보라 교수는 "자가 면역 질환, 직업적 환경(조리흄, 석재·금속·목재 분진, 농업·축산업 유기 분진), 약물 및 방사선, 코로나바이러스 등과 같은 호흡기 질환 감염 후 염증의 만성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나타난다.
마른기침, 하얀 가래, 호흡곤란 지속된다면… '폐섬유증' 의심해 봐야
폐섬유증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기침과 가래만 나타나 단순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이보라 교수는 "초기 증상이 심했다가 강도가 줄어드는 감기와 달리, 폐섬유증은 만성 기침이 지속되며 호흡곤란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흡곤란은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초기에는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걸을 때만 숨이 차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생활 중에도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호흡이 어려워지면 심한 경우 저산소증으로 인해 손가락 끝이 둥글게 변하는 곤봉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노란 가래가 나오는 감기와 달리 폐섬유증은 하얀 가래가 나타난다. 따라서 수개월 이상 마른기침이나 하얀 가래가 호전되지 않고 호흡곤란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완치 불가능…약물 치료로 진행 속도 늦추거나 폐 이식 고려
폐섬유증은 완치할 수 없고, 점차 증상이 '진행'하는 질환이다. 이보라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폐 기능이 감소하며,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상인 보다 폐암 발병률이 높으며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예후가 나쁘고 빠르게 악화된다. 폐암 외에도 폐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불안·우울 등의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다만 진행 상황이나 증상의 경중, 발병 원인에 따라 약물 치료로 빠르게 호전되거나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좋아지는 경우도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아직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완전히 멈추거나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진행하는 염증성 병변이 있다면 면역억제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주 치료는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제인 피르페니돈(pirfenidone), 닌테다닙(nintedanib) 등을 사용해 폐 섬유화와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약제들은 한번 복용을 시작하면 평생 장기 복용해야 하며, 소화 장애,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산소 치료나 폐 재활 운동을 진행하며, 상태에 따라 폐 이식이 고려되기도 한다.
분진·조리흄 노출 시 환기 필수… "감기로 오인 말고 조기 진단받아야"
폐섬유증 예방을 위해선 폐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보라 교수는 "분진, 조리흄 등에 노출되는 사람은 작업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며 "작업 시 반드시 환기를 잘해야 하며, 가능하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매년 흉부 x선 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이상 소견이 있거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동반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전자 변이와의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어 가족 중에 폐섬유증 환자가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폐섬유증은 자신도 모르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질환이다. 미세먼지, 용접 연기, 새 등의 동물에서 나오는 유기 분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위험 요인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교수는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폐 손상이 남을 수 있다"며 "기침이 오랫동안 계속되거나 호흡이 점점 힘들어진다면,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 자주 마시기, 유산소 운동으로 폐활량 높이기, 금연, 적절한 실내 습도 유지 등을 통해 폐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폐섬유증 및 폐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