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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아 출산·소아 비만 유발하는 '임신성 당뇨병'... 산모·태아 건강 모두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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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령 임신과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은 산모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인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임신성 당뇨병도 육안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산모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높아진 혈당은 탯줄을 타고 고스란히 태아에게 전달되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연구(출처: jama network open)에 따르면, 임신 중 고혈당 환경은 단순한 거대아 출산을 넘어 태아의 장기적인 대사 체계 발달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뱃속 아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모 역시 출산 후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그렇다고 무작정 식단을 제한하는 것은 태아 성장을 방해해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크다. 이에 내분비대사내과 박소영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의 도움말로 임신성 당뇨의 내분비학적 원인부터 안전한 혈당 관리법, 출산 후 예방 수칙까지 상세히 짚어봤다.

태아 위한 임신 중 호르몬 변화, 췌장이 감당 못하면 '임신성 당뇨병'으로
임신 중 산모의 몸은 태아의 성장을 돕기 위해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겪는다. 이 과정에서 체내 포도당 처리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췌장이 이를 극복할 만큼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며 '임신성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박소영 교수는 "임신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인슐린 감수성이 증가하여 에너지를 축적하고, 이후 임신이 진행되면서 호르몬 영향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며 "산모의 인슐린 저항성 증가는 포도당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체가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화를 감당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박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에 맞춰 산모의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면 혈당이 높아지고, 이때 나타나는 고혈당 상태를 임신성 당뇨병이라고 말한다"고 원인을 짚었다.

비만·가족력 있다면 주의... 한 번 겪으면 다음 임신 때도 위험
임신 중 호르몬 변화는 모든 산모가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유독 임신성 당뇨병에 취약한 대상이 있다. 누구나 겪는 변화임에도 특정 산모에게만 질환이 나타나는 이유는 체중, 가족력, 과거 임신 및 출산 경험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소영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을 주의해야 하는 고위험군이 있다. 임신 전 비만한 경우(체질량지수≥30㎏/㎡), 직계 가족 중 당뇨병이 있는 경우, 이전에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경우, 이전에 4kg 이상의 아기를 분만한 경우, 뚜렷한 이유 없이 사산·조산·유산 등의 경험이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번 발병했던 산모는 다음 임신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박 교수는 "이전 임신에서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은 산모는 다음 임신에서도 임신성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연구에 따르면 이전에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경우 다음 임신에서의 발생률은 약 41%인 반면, 이전에 없었던 경우는 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높은 재발률이 나타나는 기전에 대해 박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이 체내에서 포도당을 처리하는 능력이 약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전 임신에서 이런 환경을 경험한 산모는 다음 임신에서도 비슷한 혈당 부담을 겪게 되며, 체중이 많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 동반 가능성 높아... 태아 대사 체계에도 영향
임신성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수치의 상승에 그치지 않고 산모와 뱃속 태아 모두의 건강에 복합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며, 탯줄을 통해 고혈당 환경에 고스란히 놓인 태아는 출산 시의 위험뿐만 아니라 성장 이후 장기적인 대사 체계 발달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박소영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 산모는 고혈압,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관련 질환을 함께 가질 가능성이 일반 산모보다 높다. 특히 임신중독증(전자간증, preeclampsia)과 같은 임신성 고혈압 질환의 위험이 약 12%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이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 대사 이상, 염증 반응 증가 등이 혈관 기능 장애와 태반 기능 이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혈당 환경은 태아의 대사 체계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산모의 포도당이 전달되면 태아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태아의 지방과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거대아 출산 위험이 커지며 제왕절개나 어깨 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태아기의 고인슐린혈증은 지방세포 수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성장 후  소아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식단, 운동으로 혈당 조절 안 된다면 '인슐린 주사' 투여해야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우선적으로 식단과 운동을 통한 혈당 조절을 권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혈당 조절이 어렵다면 인슐린 주사를 투여해야 한다. 이때 많은 산모들이 직접적인 인슐린 투여가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이는 임신 중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치료법이므로 안심해도 된다. 박소영 교수는 "인슐린 주사는 경구 혈당강하제와 달리 태반을 거의 통과하지 않아 태아 노출이 최소이며, 장기간 연구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신성 당뇨병 산모가 인슐린 주사를 맞을 때에는 개인별 맞춤 관리가 필수적이다. 혈당 패턴, 임신 주수, 체중, 쌍태 임신 여부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동반되어야 한다. 박 교수는 "저혈당 발생 시에는 즉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이후 혈당을 재측정해야 하며, 저혈당이 반복될 경우 원인을 확인하고 인슐린 용량을 반드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 후 혈당 낮아져도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재발 방지해야
출산 후 태반이 제거되면 호르몬 영향이 줄어들면서 혈당 수치는 대개 호전된다. 하지만 한 번 임신성 당뇨를 경험한 산모는 향후 재발 및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박소영 교수는 "출산 후 4~12주 사이에 75g 경구당부하검사를 통해 당 대사를 평가해야 한다"며 "특히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체중 관리 등 생활습관 교정을 꾸준히 실천하고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받는 것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임신성 당뇨병은 출산과 함께 끝나는 일시적인 증상이나 일회성 질환이 아니다. 산모와 아이의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인 만큼, 전문의의 진단에 따른 철저한 생활습관 교정과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